프로젝트 준비로 정신이 없다.


학교 수업 개강하기 전 방학기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 반도체, 로봇, 자동화 시스템 쪽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여기 파라과이에서도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보다 내가 잘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가르쳐 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분명히 책으로 가능한 수업이 있고, 손으로 직접 만지고, 다루고, 동작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하며 진행해야 하는 수업이 있다.


내가 진행하려는 수업은 실습이 필요한 수업인데 실습실, 실습장비가 없어서 유인물로 수업하는데 정말 한계가 있다.


생각해보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컴퓨터 없이 칠판에 써서 설명을 하면 과연 학생들이 이해할까? 학생들은 재미있을까?


그래서 나는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이 이해하는지 의문이 드는건 당연하고,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어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굉장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료 교수가 갖고 있는 전공책을 복사하여 학생들에게 유인물로 나눠주고 아무리 회로도를 칠판에 그려가며 동작을 설명해도 학생들은 모른다.


간단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칠판에 적어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학생들은 모른다.


또, 여기 교수들은 겉멋이 잔뜩 들어서 자기들이 갖고 있는 전공서적을 보면 학생들 수업과 전혀 맞지 않는 수준의 책을 들고 있다.


파라과이는 책 값이 엄청 비싸서 교수들이 갖고 있는 수년 이상 된 책을 복사해서 그 유인물을 가지고 교과서 삼아서 공부할 수 밖에 없는데 수준이 다른 내용을 복사해서 보면 학생들이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새학기 수업을 맡아서 하는 것보다 빨리 기본적인 실습실을 구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강하기 전에 동료들과 잔뜩 합심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코이카 사무소 현지인 직원에서 동료에게로 온 한통의 전화..


이번 학기에 내가 수업을 하는지 묻는다.


내 동료는 당연히 수업이 없다고 그러니 앞뒤도 확인하지 않고 따진다.


동료가 안절부절한다.


실습실 구축이 먼저라 판단되어 수업보다 먼저 진행하려는 것인데, 이미 학기 시간표는 다 짜여져 있고, 현재 수업 진행 중인 상태인데 어쩔수 없이 동료 수업때 참관해서 도와주는 식으로 계획을 잡았다.


물론 실습실을 구축하려는 나의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 판단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통하려는 어이없는 현지인 직원의 태도에 하루종일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댓글 5

  • (2015.02.27 18:31)

    비밀댓글입니다

    • LUIS92 (2015.02.27 22:18 신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기가 쉽지 않네요.
      문제점 투성이의 시스템을 혼자 힘으로 개선하고 교육시키는게..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 celldivo (2015.02.28 08:31)

    보내주신 소중한 초대장 너무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함 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좀좀이 (2015.02.28 17:04 신고)

    실습 없는 프로그래밍이라...생각만 해도 잠이 몰려오는 거 같아요. 저런 모습을 보면 개발도상국의 교육 발전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 LUIS92 (2015.02.28 23:49 신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코이카가 파견와서 활동하는건데..
      기운이 쫙 빠지더라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