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적응 훈련이 끝나고.. 다음날 사물놀이 연습을 끝내고 부랴부랴 내가 사는 꼬로넬 오비에도로 왔다.

동료 Derlis의 결혼식이 있어서 늦지 않게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땀에 쩔어 있는 옷을 입고 결혼식에 갈 수는 없어서 집에서 간단하게 샤워하고 정장을 차려 입고 결혼식 장으로 향했다.

그 덕분에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못보고 그 이후 뒷풀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파라과이에서 결혼식은 엄청난 축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결혼식을 잘 안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남여 커플이 결혼하지 않고 애를 갖는다는 것은 참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파라과이 사람들이 나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것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첫 번째로 몇 살이니?

두 번째로 애인있니?

세 번째로 아이는 있니? 로 연결된다.


왜 나이를 많이 물어보는가 하면 동양인이 실제로 어려보이기 때문에 나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리면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좀 있다.) 아무튼 나이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보고 애인이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가슴아픈 곳을..)

내가 없다고 하면 되게 이상하게 본다.

아무튼 애인이 없다고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아이는 있냐고 물어본다.


파라과이 처음에 왔을 때 아이가 있냐는 말을 듣고..

애인도 없는데 어떻게 아이가 있냐고 물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되게 황당했는데 지금은 이 나라 사람들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이해하고 있으니 그려러니 한다.


모든 남미 국가가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파라과이에서는 결혼이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식도 그냥 성당에서 신 앞에서 앞으로 잘 살겠다고 맹세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나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허겁지겁 와보니 성당에서 간단하게 결혼식이 끝나고 뒷풀이 장소로 사람들이 이동해 있었다.



결혼식 뒷풀이에는 신랑신부의 가족, 친척, 그리고 친한 동료들이 참석해서 밤새도록 마시고, 먹고, 춤추고, 논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신랑신부와 그들의 결혼을 증인해 주는 사람 각 2명씩 해서 간단한 서약을 한다.



서약이 끝나고 포토타임을 갖고..



그리고 계속 먹고, 마시고 하다보면..

"Soltera, soltera!"

라는 말이 들린다.

솔떼라는 솔로인 여자들을 말하는데 부케를 받기 위해 솔로인 여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는 누가 부케를 받을 것인지 사전에 미리 정해놓는데..

여기는 그냥 육탄전이 벌어진다. 짧은 치마, 드레스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치열한 부케 강탈전이 지나가고..

심하게 몸 싸움해서 정신이 없는지 머리를 만지며 퇴장한다.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 익으면 춤추는데 그냥 간단하게 손잡으면서 스텝을 간단하게 밟는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남여 커플이 짝이 되면 그냥 스텝을 밟는다.

나도 춤추고 노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그리고 결혼식 참석해줘서 고맙다는 간단한 선물도 나눠준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것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결혼식을 참여해보았는데 여러가지로 합리적이고 좋은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신랑신부가 결혼하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서 리스트로 뽑아놓고..

동료들, 친구들끼리 어떤 것을 선물할 것인가 정해서 선물하는데..

나는 그 리스트를 받은 적이 없어서 선물을 안해도 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는 않아서 조그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이번 코이카 안전교육때 받은 내년 달력을 주었다.

우리나라라면 욕먹을 짓이지만.. 여기서는 선물을 안해도 되는 사람이 해주는 것이라면 어떤 것을 해주든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달력이지만 여기에서는 달력도 구하기가 힘들어서 좋은 선물이었다고 동료들이 이야기를 해줬다.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달력이 기관에서도, 집에서도, 가게 안에서도 본 적이 없다.)

댓글 4

  • 좀좀이 (2015.01.03 01:00 신고)

    결혼식보다 결혼식 뒷풀이가 훨씬 크군요. 저 뒷풀이까지 다 합쳐야 아마 완벽한 결혼식이겠지요? 생활에 필요한 것을 리스트로 만들어놓고 그것을 보며 골라가며 선물하는 모습은 참 좋아보이네요. 우리나라도 요즘 비슷하게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저런 건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 LUIS92 (2015.01.05 08:40 신고)

      파라과이에 살아보니 꽤 합리적인 문화들이 많더라구요.^^
      우리나라도 요즘 비슷한 분위기로 가고 있나요?
      전 한국에 있을 때 항상 축의금만 내서..ㅎㅎ

  • 산들무지개 (2015.01.06 01:29 신고)

    우와! 정말 대단한 아사도입니다.
    남미의 육류는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알려져 제가 봐도 참 맛나 보입니다.

    유용했던 달력 선물, 사실 저도 달력 선물 받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

    • LUIS92 (2015.01.06 05:47 신고)

      남미에서 고기 수출로 유명한 곳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라고 하네요.
      정말 한국과는 완전 다른.. 마블링은 없는 고기인데..
      마블링으로 가득한 한우만큼 부드럽진 않지만..
      촉촉한 육즙이 장난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