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온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느라 어땟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2달 전 Coronel Oviedo로 오면서 현지인 가족들과 같이 살면서 생긴 갈등아닌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보려 한다.


파라과이라는 나라가 어떠한 나라인가?

보통 남미 여행을 온다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를 방문하지만 정작 남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파라과이에는 아무도 오질 않는다. (원래 이과수 폭포가 파라과이 영토였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나누게 되었다.)

관광객들도 이과수 폭포를 보려고 하면 아르헨티나 또는 브라질을 방문하여 이과수를 관광하거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코스 모두 둘러본다. 하지만 파라과이 쪽으로는 오지 않는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공항을 가보면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공항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더 수준이 떨어질 수도..

공항도 작아서 국제선 비행기는 하루에 몇 편 없다. 우리나라 저가항공사가 운영하는 3X3열 짜리 비행기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로 운행하는 것이 국제선의 전부..


외국인들의 접근성도 굉장히 떨어지니 관광객들의 방문이 엄두가 안나고, 파라과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브라질 사람이 아니면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집은 그래도 Coronel Oviedo에서도 나름 있는 집(?)이어서 외국인에 대한 이상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궁금한게 많았을 뿐..

내가 처음왔을 때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었다. 한국은 어디있냐부터 시작해서 북한이랑 관계가 어떤가까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자연스럽게 한국은 무엇을 먹느냐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한국은 그냥 Arroz랑 Kimchi를 먹는다고 했다. 쌀과 김치..

그랬더니 아~ 하면서 그럼 고기는 안먹냐? 그런걸 묻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코이카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단순히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파라과이 사람들간의 문화적인 교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내가 음식을 해먹는 적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할 땐 나름 맛있게 요리를 하는 편이었다.

현지인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좋은 점이 바로 내가 먹을 양까지 만들어서 함께 먹는다는 것인데, 평상시에 너무 잘 챙겨줘서 주말에 시간이 날 때 내가 한국 요리를 몇 번 해준적이 있었다.


그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가 있어서 풀어본다.



첫 번째 요리는 바로 김밥과 짜파게티..

이 나라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못 먹는걸 알아서 김밥을 해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ㅋㅋ 다들 김밥과 짜파게티를 보더니 미간을 찌뿌리며 으.. extraño를 남발했다. 이상하다는 말..

파라과이 사람들은 까만색 음식에 대해 굉장히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까만 것은 몸에 나쁘다라든지, 까만 것은 음식이 아니다라는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먹는다.. 내가 해주기 귀찮아서 해주지 않을 뿐..



두 번째 요리는 바로 회..

내가 해준 요리는 아니지만 현지인 가족 중 첫째 아들인 Jyn이 다음 달 1월에 일본 연수를 간다는 말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먹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과 일본은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문화가 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여서 인터넷으로 아래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심지어 저 생선 머리가 살아서 움직이기까지도 한다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갑자기 날 미개인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ㅋㅋ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 산 채로 그냥 먹는다고..

이 나라 사람들의 요리에 대한 두번째 고정관념이 요리는 무조건 굽거나, 삶거나, 튀겨서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세 번째 요리는 바로 비빔국수..

날씨가 엄청 더웠던 적이 있어서 비빔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날씨가 더울 때 한국 사람들은 면 요리를 자주 먹는다고 했는데.. 다들 먹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이 매운걸 잘 못먹는걸 알기에.. 고추장은 최대한 조금만 넣고 대신 달달한 맛을 좀 더 가미한 현지인 맞춤형 비빔국수를 만들 생각이었다.

하얀 국수면을 꺼내서 뜨거운 물에 삶고..

대충 면이 익었을 때 꺼내서 찬물에 행구는데..

"Qué paso?"(무슨 일이야?) 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돌아보니 현지인 가족이 나를 되게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나보고 하는 말이.. 뜨거운 물에 삶은 스파게티를 왜 찬물에 다시 씻는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원래 이렇게 스파게티를 찬 물에 씻어서 차갑게 해서 먹는 요리라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나에게 하는 말..

"그럼 왜 삶았던거야? 그냥 스파게티를 처음부터 찬물에 씻어서 먹으면 되지.."


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난 소스에 고추장을 더 집어 넣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면 요리는 따뜻해야 된다는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고추장을 좀 더 집어 넣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현지인 가족들은 비빔국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음식이 되어 버렸다. ㅋㅋ

댓글 12

  • 산들무지개 (2014.12.05 03:20 신고)

    루이스님, 에피소드 참 재미있네요.
    김밥맛이 엑스트라뇨!!! ^^
    사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이지요.
    역시 익숙해지면 달라지지요.
    스파게티 앞으론 찬물에 씻어 그냥 올려도 되나? 하하하!
    이 부분도 참 재미있었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LUIS92 (2014.12.05 06:30 신고)

      하하하.. 국수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면은 전부다 피데오 아님 스파게티로 말하곤하죠.. 여러가지 문화적 차이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더 있는데 천천히 포스팅할께요. ㅎㅎ

  • 히티틀러 (2014.12.05 13:54 신고)

    회는 진짜 먹는 나라가 몇 개 없는 거 같아요.
    전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 우즈벡 사람들에게 "드라마 보니 한국 사람들은 벌레 같은 거 먹더라." 라는 말과 "드한국 드라마 봤는데, 한국 사람들은 뱀을 먹는다며?"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그 분들이 말씀하시던 벌레는 새우랑 게를 말하는 것이었고, 뱀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장어인 거 같아요.
    바다가 없는 나라다보니 민물생선이나 조금 먹는게 고작이라, 해산물을 굉장히 낯설어 하더라고요.

    • LUIS92 (2014.12.05 21:14 신고)

      헐.. 벌레 ㅋㅋ
      여기 파라과이 수도에 있는 한인 마트에 가면 번데기를 팔더라구요. ㅎㅎ
      번데기 먹는걸 보여줄까 생각도 했었는데..
      우즈벡 음식 문화가 파라과이랑 굉장히 흡사한거 같아요.^^

  • 좀좀이 (2014.12.05 19:00 신고)

    글 보고 깔깔 웃었어요 ㅋㅋ 그럴 바엔 처음부터 찬 물에 씻지 왜 삶아 ㅋㅋㅋ 파라과이에서는 그렇게 먹는 경우가 정말 없나보군요. 김밥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매우 신기한데요?^^

    • LUIS92 (2014.12.05 21:27 신고)

      어차피 씻을거 처음부터 찬물에 씻지..라는 말에 순간 저도 굉장히 설득력을 느껴서 말을 못했었어요. ㅋㅋ
      지금은 김밥하는 준비만해도 귀신같이 눈치채고 올 정도로 김밥을 좋아하죠. ㅎㅎ
      이 음식으로 인해 정말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항상 깨닫네요. ㅎㅎ
      지금은 김이 없어서 못먹는답니다.

  • 감자 (2014.12.06 14:39)

    ㅋㅋㅋ......만두먹다가 웃겨 죽는줄 알았음 ^^

    • LUIS92 (2014.12.06 18:28 신고)

      다른 에피소드도 많은데 나중에 시간나면 천천히 풀어볼께요. ㅎㅎ

  • 하나 (2014.12.07 02:04)

    우수아이아 갔을때 펭권섬 설명해주던가이드분이 미역을 말려서 너네나라와 일본에서 먹는다며? 하며 그걸왜먹냐고 하더라구요 김밥을 주셧을때 파라과이분들도 같은맥락이었던것 같네요

    • LUIS92 (2014.12.08 00:35 신고)

      다른 곳도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죠.^^
      경험을 못해봐서 그럴꺼라 생각되네요..ㅎㅎ

  • 구로 (2014.12.07 11:04)

    저도 햄버거 칼로 다잘께 썰어서 숟가락으로 비벼먹을거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