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파견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새로운 기관 모습도 궁금하고, 어떤 동료들과 함께 할지 모든 것들이 궁금하죠.

결론부터 말하면 파견 기관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직접 가서 활동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코이카 홈페이지에 새로운 봉시단원 뽑는 공지사항에 세부활동내역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단순히 참고사항입니다.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도..
그래서 기관 파견되면 현지 기관 관계자들과 많은 대화를해서 어떤 수업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본인과 기관사람들끼리 알아서 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고 현지어도 어느 정도 되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겠죠.
물론 공지사항에 있는 세부활동내역대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산업에너지분야, 좀 더 자세하게는 전기전력분야로 파라과이에서 활동중에 있습니다.
제가 지원했을 때, 세부활동내역은..
자동화실습실 구축, 관련 기술을 교수진 및 학생들에게 교육 정도가 기억나네요.

한국에서 약 40시간 가까이 날아와서 현지 도착해서 현지적응 훈련이 끝날 때 쯤..
OJT 기간 중에.. 혹은 현지적응훈련 모두 마치고 난 다음 기관에 정식적으로 파견되고 나면..
기관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고 서로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현지인들이 첫 번째로 단원의 역량을 파악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왜 이때 기관에서 단원의 역량을 평가하게 되냐면..
기관에서는 단원에게 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없을수가 없죠.. 그래서 코이카 봉사단원을 신청한 것인데.. (물품지원이나 현장사업을 제외하고 말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 동료들은 단원이 PLC와 C나 C++을 이용한 자동제어시스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분야라면 Visual Studio를 활용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건 어떻겠냐.. 정도?)
이때 본인이 판단을 해봅니다.
본인이 못하겠다면, 자신이 없다면 거절을 해야겠죠.
거절하는 순간 기관 사람들은 단원에 대한 기본적인 활동 바운더리가 잡힙니다.. 
'이 친구는 자동제어쪽으로 안되겠구나.. 혹은 PLC, C, C++ 프로그래밍은 안되겠구나..'

저 같은 경우는 승낙을 했습니다. 그리고 관련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첫 번째 요구를 거절을 했다면..
기관관계자는 또 다른 수업을 제안합니다.
전자기학이나 양자역학, 전기공학이나 이런 이론 수업은 어떻냐고 물어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기관이 국립대라 이건 기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컴퓨터분야라면 운영체제론이나 논리조직론, 알고리즘 정도의 이론 수업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이들도 어려워하거나 가르치기 짜증나는 것을 단원하게 요구를 하는 것이죠.
그럼 본인이 또 생각을 해봅니다.
보통 단원은 또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현지어로 수업해야하니 도저히 엄두가 안나니까요.

사람은 똑같아서 이들에게 어렵고, 귀찮고, 짜증나는 일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이것은 절대로 깨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기관관계자가 또 다시 묻습니다. 어떤 수업을 하길 원하냐고..
이때 현실적으로 할만한 수업은 납땜하는 기초전자회로실습이나 전선따서 연결하는 가정 및 공장배선 실습 이 정도가 밖에 없습니다.
(컴퓨터분야라면 MS Office나 html을 이용한 홈페이지 프로그래밍, 포토샵 정도..)
생각해보면 단원 입장에서 가르치기가 이게 제일 쉽거든요.
실제로 높은 언어 수준을 요구하는 이론수업보다, 직접 하나를 제대로 시범으로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는 실습수업이 쉽습니다.
말이 안통하면 바디랭귀지도 쓸 수 있으니까요. 바디랭귀지가 통하느냐 안통하느냐로 수업의 난이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실습이 없는 수학교육 같은 특정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원들도 실습교육 위주로 합니다.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는데.. 어쨋든 단원은 그나마 가르치기 쉬운 과목들로 정하게 됩니다.
제 분야에서는 예를 들어 기초전자회로실습(컴퓨터분야로 따지만 MS Office 정도..)하고 싶다고 말을하면 기관에서는 알겠다고 말을합니다.

그리고 기관에서는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왔는데 이거 가르칠려고 왔어?'
이렇지 않은 기관도 물론 많습니다만..
기관 내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동료들은 생각이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의외로 이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단원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특히 경력이 없거나 사회경험이 적은 친구들이 그렇더군요.

기관에서 단원을 소개할 때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합니다.
그러면 기관에서 주목받게 되고, 현지인들에게 주목받게 되고, 그에 따른 기대감도 높습니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왔으면 아는 것이 정말 많겠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 심한 현지인들은 대놓고 적대감을 들어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분야가 침범당하는게 싫은거죠. 즉, 자기 밥그릇 뺏길까봐 걱정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단원들은 빨리 현지 동료들과 친해지셔야 합니다.
기관에서 고생하는 단원은 거의 대부분이 사람관계 때문입니다.

이들보다 잘 가르쳐야하고.. 학생들과의 관계.. 기관 동료들과의 관계..
심지어 같은 파견국가 내의 코이카 단원들과의 관계.. 코이카 사무소와의 관계.. 물품지원이나 현장사업을 한다면 일과 연관된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 현지 교민들과의 관계까지 코이카 단원은 정말 신경쓸게 많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단원 생활을 잘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단원 생활을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들은 전부다 기관과의 관계가 정말 좋습니다.
기관과의 관계라고 하면, 기관 학생, 동료들과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관에서 활동을 잘하는 것? 기관과 관계가 좋다는 것?
별거 없습니다. 
그냥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면 됩니다.

다시 저의 경우로 다시 말씀드린다면..
저는 파라과이에 왔을 때, 이들 수준이 너무 낮지 않을까?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면 알 수록 이 나라의 수준은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분야에 한정되어 말하는 겁니다.)
양 옆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라는 남미에서 가장 수주이 높은 국가들이 있고(2014년 기준 브라질은 세계 8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70~80년대의 세계경제를 이끌어갔으며, 현재 브라질에 이어 남미 두 번째로 큰 땅을 가지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따이뿌 수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수출도 할 정도로 관련 기술분야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한 개도국의 수준을 너무 몰랐었던 것이죠.

또한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현지인 교수들의 수준은 낮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절반 가량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유학파 출신에다가, 몇몇의 경우는 유럽 또는 미국, 캐나다 유학 출신이기도 했습니다.
보니까 코워커랑 저랑 가장 친한 동료 두명이 브라질 유학파 출신이네요.

현지 초중고등학교 선생이라면 직업 의식이나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직업훈련원, 대학교 같이 고등교육기관으로 갈수록 해외유학파 교수도 있고, 나름 열심히 배운 현지인들이 꽤 많습니다.

지금 임기가 3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가끔 OJT 첫 날.. 기관에 처음 왔을 때 제 소개를 했던 순간을 생각합니다.

'그때 내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봤을까?'

동료들에게도 가끔 물어보는데 그들의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한국서 왔다고 하니까 엄청 신기했고,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지금도 함께하는 것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대화를 한 것이 바로 저번 주였는데..

그리고 어제..



출근을 하니 코워커가 이렇게 문서를 하나 들이밀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저의 활동을 1년 더 연장하고 싶다는 요청서를 작성해서 왔더군요..
속으로 기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활동연장이라는 것이 신청한다고 100%다 승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에서 저를 이렇게 좋게 받아들인다니 그 동안 2년 가까이 활동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군요.

공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날짜가 2월 12일에 작성된 것이네요. 더군다나 스페인어로..
코이카 단원 규정집을 뒤져보니 활동연장신청에는 영문으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작성해야 된다고 말해주니까..
Un momento.. (잠시만 기다려..)
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다녀옵니다.


냉큼 영어로 된 공문을 만들어오네요.


솔직히 전 연장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현장사업이 제 임기 내에 마무리 안될 것 같으면 연장을 고려해 보겠지만, 아직 5월 중순까지 현장사업이 진행되는 정도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었는데..


활동기간 연장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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