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온지 딱 11달

2015. 6. 26. 11:30

LUIS92 Diario

시대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발전된 플랫폼에다가 과거의 시스템을 적용할 때 불편함을 가장 많이 느낀다.

3년? 4년쯤 전에 나온 샌디브릿지 CPU 부터 윈도우 XP를 지원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샌디브릿지가 있는 시스템에서는 윈도우 XP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지원은 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늘 그랬듯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설치를 해서 사용 할 수 있었다.

그냥 윈도우 7나 그 이상 버전을 설치하면 간단하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


이 경우는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윈도우 7이 2008년 10월쯤 출시되었는데, 5년이 지난 2013년에도 연구소나 산업 현장에서는 XP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 출시되는 각종 컴퓨터 부품들의 성능은 빨라지고 좋아지는데, 연구소나 산업 현장에서는 성능이 아닌 안정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PC에 문제가 생겨서 생산 라인이 멈춰버린다면 그 기업의 피해는 얼마가 될지 모른다.

연구소에서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PC에 이상이 생겨서 데이터를 날려 먹는다면 어떤 난리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실제로 더 빠르고, 좋은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생겨난다면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기존의 인터페이스보다 안정적인가에 대해서 검증이 될 때까지 절대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고 검증이 될 때까지 테스트를 거친다.

그러면서 드라이버를 계속 보완하고, 드라이버 버전이 올라가는 것이다. (인터페이스의 성능을 개선할 것인지, 안정성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마음)


어쩌다가 윈도우 XP 스페인어 버전을 구해야 할 일이 생겼었다.

그래서 테스트를 진행해보려 하다가, 나의 노트북에서도, 기관 PC에서도 테스트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맨 위에서 말했듯이 CPU에서 XP를 지원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가상 시스템을 만들어서 설치하는데 마치 상황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에서도 일을 할 때 한국적인 고집을 피웠다.

겉으로는 이 나라의 문화, 현지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근본을 뜯어내고 바꾸려 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난 꼬레아노니까 너희들이 나랑 만날 때는 시간 약속을 5분이라도 늦으면 안 만날꺼다.' 라든지, '계획서 무조건 다음 주 주말까지 다 작성해서 주지 않으면 안 할 거다.' 같은..

여기는 한국처럼 모든 것들이 빠르지가 않다.

사회 시스템도, 인터넷도, 사람 성격도, 아무 것도 빠르지 않다.

아무 것도 빠르지 않은데 나만 빨리 조급해지는 것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안정적으로 하는 것을 알려주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글 쓰고 보니 파라과이 온지 딱 11달이 되는 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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